한중일 작가들 공동 개최한 '2018 동아시아문학포럼'서 발표
소설가 김애란[대산문화재단 제공(저작권 SongHongjoo)]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애란(38)이 17일 광화문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서 이분법적 사고와 편 가르기로 갈등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비판했다.
'21세기 동아시아 문학, 마음의 연대: 전통, 차이, 미래 그리고 독자'를 주제로 한 이 포럼에서 그는 '전통'에 관한 논의에 참여해 '빛과 빚'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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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은 지금도 내게 원초적 두려움을 일깨우는데 이청준의 단편 '소문의 벽'에 나오는 전짓불이 그렇다. 한밤중 느닷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불. 답에 따라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는데 도무지 저쪽 실체가 보이지 않아 얼어붙은 한 가족이 떠오른다. 그래서 내겐 저 눈부신 추궁 혹은 폭력이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처럼 여겨지는데,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많은 갈등 이면에 저 전짓불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사의 남북 분단과 이후 끊이지 않은 사회 갈등과 분열이 이런 편 가르기의 그릇된 '전통'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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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몇 해 전 한국의 작가가 독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적이 있다. 한국의 근대와 분열, 분단을 다룬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작가는 독일의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황석영 작가가 독일에서 소설 '손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래서 당신은 결국 어느 편이란 말인가? 오른편인가? 왼편인가?/나는 죽은 사람 편입니다."
김애란은 또 작년 가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당시 시내에서 이민자·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일을 언급하며 세계적으로 만연한 배타성을 지적했다.
"10만 명도 넘는 시민이 모여 '유럽은 백인들의 것'이라며 횃불을 들고 행진했다. 사진 속 그을음과 화염을 보니 두렵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당시 그는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전통이 있습니다. '배제와 멸시, 모욕과 살육의 전통이 있지요. 그것은 역사나 제도뿐 아니라 내 피 안에도 있습니다. 나는 내게 그런 게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종종 책을 읽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다른 불이 필요하다는 걸, 다른 매체가 알려주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배우려고 말입니다.'"
그는 글을 이렇게 맺었다.
"만일 문학에 전통이란 게 있다면 그 중 우리가 이어나갈 게 있다면 그건 단순한 소재나 형식이기 전에 사람과 이 세계를 대하는 어떤 태도 혹은 마음이지 않을까. 우리가 죽은 자를 기리려 한다는 건, 잘 묻으려 한다는 건 결국 삶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과 다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겐 '나는 죽은 사람 편'이라는 저 말이 우리 문학의 아프고 소중한 유산 그리고 전통으로 느껴진다. 문학이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시대물을 쓰지 않더라도 살면서 한번쯤 전짓불 앞에 서봤거나 서게 될 작가로서 그렇다."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은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미래와 평화 비전을 모색하는 행사다. 2008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래 이번이 네 번째다.
방현석, 권여선, 김애란, 장강명, 김금희, 최은영 등 한국작가 17명, 티에닝, 쑤퉁, 장웨이, 왕웨이롄 등의 중국작가 9명, 히라노 게이치로, 시마다 마사히코, 나카무라 후미노리, 나카지마 교코 등 일본작가 10명이 함께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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